“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종류의 질문 중 가장 흔하게 받는 게 돈 관련 문제다. 친구나 지인이 얼마를 빌려달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다. 거절하기 몹시 곤란하다며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빌려달란 당사자와 본인 사이가 얼마나 각별한지도.

그때마다 내가 베프에게 7만 원 안 빌려줘서 의절할 뻔한 이야기를 해준다. 선택은 어차피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판단에 참고할 만한 내 일화를 들려준다. 들으면 대부분 안 빌려주거나 소액 빌려주는 선택을 한다. 하지만 내 기준에선 소액도 안 된다. 단돈 100원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주면 상대와 관계가 채권자와 채무자로 변한다. 이러면 기존 관계가 깨지기 쉬운 구조로 바뀐다. 금융 회사를 놔두고 왜 서로 이런 관계로 포지션을 바꾸나? 금융 회사에서 대출이 안 나온다면 그 돈은 어차피 빌려줘선 안 되는 돈이다. 받을 확률이 매우 낮다.

그럼 그냥 주는 건 어떤가? 이건 채권자와 채무자 관계보단 좀 더 낫다. 하지만 그래 봐야 후원자가 되는 것에 가깝다. 가장 건전하게 오래가는 관계는 동등한 관계다. 그런 걸 돈 때문에 깨 먹을 이유가 없다. 무엇보다 진짜 빌려줘도 괜찮을 사이라면 애초에 나에게 묻지도 않았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