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로또에 당첨되면 지금 하는 일을 당장 그만둔다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갔다. 그냥 돈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얘긴데 그럴 거면 로또 당첨과 상관없이 바로 다른 일 하면 되지 않나 싶었다. 돈만 벌기 위해 하는 일은 인생 낭비란 생각을 하곤 했다. 일에서 보람을 못 느끼는 삶은 불행하다고 여겼다.

지금은 전혀 아니다. 생계를 위해 일하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한 것이다. 오직 돈 때문에 하는 일이라도 그게 정당한 일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 생계를 잘 꾸리는 건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이다. 대다수 직장인은 돈 벌려고 일한다. 다른 이유도 더 있지만, 그래 봐야 부차적이다. 어쨌든 중요한 건 생계유지다.

미국인의 절반 이상이 통장에 천 달러도 없이 산다. 한 달 벌어 한 달 먹고사는 삶이 태반이다. 세계 최고의 강대국 국민인데도 그렇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게 팍팍하다. 남에게 신세 안 지고 자기 몫만 잘하고 살아도 괜찮은 인생이다. 세상에 잘난 사람 참 많은 것 같지만, 내 밥벌이 하나 버거운 사람이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긴 후론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며 살려고 노력했다. 내가 원하는 일이란 로또에 당첨돼도 매일 꾸준히 열심히 할 수 있는 일이다. 돈과 상관없이 항상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건 내게 정말 중요한 가치다. 예전엔 이게 나만 노력하면 될 일인 줄 알았는데 큰 착각이었다. 정말 큰 행운과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