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적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영화 ‘대부 시리즈’엔 수많은 명대사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내 뒷골을 유독 크게 때렸던 대사다. 불쾌한 감정이 드는 대상은 웬만하면 처음부터 멀리하려고 하지만 살다 보면 피할 수 없이 상대해야 할 때가 있다. 특히 경쟁 상황엔 더 그렇고.

그럴 때 상대를 보며 화내거나 짜증 내기보단 평정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한다. 적을 냉정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어야 어떻게 공략할지 잘 보이는 법이니까. 영화 ‘대부’는 누가 아군이고 적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어떻게 하면 실체를 똑바로 보고 현명한 대처를 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마피아 방식의 해결책이라고 하지만 이걸 어떤 비즈니스나 인간관계에 대입해도 딱히 안 맞는 게 없다. 우리가 사는 세상 자체가 이미 마피아 세계와 크게 다를 게 없다. 대부 3부작은 러닝 타임이 길고 고전인데 3편이나 되다 보니 다들 제목만 들어 보고 실제로 본 사람은 은근히 없는 영화다.

사실 나도 오래전에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땐 정말 지루했다. 대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고. 그런데 성인이 된 후 세상에 환멸을 느낀 상태에서 보니 작품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했다. 내가 사는 세상이 어른의 세계가 되면 재밌어지는 영화다. 수많은 난제의 해답지를 보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