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사소할수록 타협하지 마라
원칙은 대부분 사소한 계기로 깨진다. 돈 빌려주는 건 절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해도 누가 만 원 빌려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정말 어렵다. 이런 경우 안 빌려주는 게 빌려주기보다 매우 어렵고 피곤한 결정이다. 만 원은 없어도 되는 돈이지만, 이 부탁을 거절함으로써 겪게 될 마음의 빚과 불편함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
이럴 땐 융통성을 발휘하는 게 좋을까? 돈 빌려주지 않겠다는 원칙을 정한 취지와 만 원을 빌려주는 건 맥락이 다르니 융통성을 발휘해 빌려줄 수도 있다. 아니면 명목상 그냥 주는 셈 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예외 없는 규칙은 없으니 이 정도는 타협 가능한 범위일 거다. 실제로 이런 스타일로 사는 게 무난한 삶이기도 하고.
하지만 사소할수록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예외는 내 의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불가항력인 상황에서만 받아들여야지 먼저 나서서 예외 조항을 만들 필욘 없다. 상대에게 만 원을 주는 건 고작 만 원이지만, 내가 포기해야 할 건 내 원칙이자 약속이고 더 나아가 신념이다. 내가 잃을 게 너무 큰 선택이다.
내가 만 원을 주지 않으면 상대가 포기할 건 만 원이지만, 내가 만 원을 주면 나는 내 신념을 포기하는 것이다. 겨우 만 원에 내 원칙을 버린다는 게 훨씬 비합리적인 선택이다. 쪼잔하다고 욕먹어도 원칙을 지키는 게 맞다. 원칙대로 산다는 건 쉽지 않다. 평소에 이렇게 고민하지 않으면 무너질 상황은 계속 나온다. 그 원칙이 무엇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