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싫은 일을 그만뒀다. 여유가 생긴 후 제일 먼저 했던 일이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당시엔 하기 싫어하는 일이 가장 돈 되는 일이었다. 매출의 큰 부분을 포기하는 건 사업자로서 배임에 가까운 판단이다. 그래도 강행했다. 나에게 돈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하기 싫은 걸 안 할 수 있는 자유다. 그것만 달성해도 충분히 만족한다. 돈 덜 벌어도 되니까 하기 싫은 건 그냥 안 하고 싶다.

다들 적성에 맞고 본인이 원하는 일 하며 살라고 하지만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한 건 하고 싶은 일 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피할 자유다. 하기 싫은 일은 안 맡고 보기 싫은 사람은 안 봐도 되는 자유. 그게 중요하다. 돈 아무리 잘 벌어도 매일 싫어하는 것에 둘러싸여 살면 우울하지 않을 수 없다. 행복까진 아니어도 고통스럽진 않게 살아야 한다. 그 첫 번째 선택이 싫어하는 것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젊을 때보다 은퇴 시점 이후가 삶의 만족도가 평균적으로 더 높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가장 건강하고 매력적인 시기보다 늙어서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건 인간만의 특이점 아닌가 싶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은퇴한 이후엔 싫어하는 일을 안 하고 짜증 나는 사람은 안 봐도 되는 자유가 있어서 아닐까? 인간관계에선 잘해주기보단 상대가 싫어하는 걸 안 하는 게 더 중요하단 말을 늘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