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기도 어렵지만, 그걸 인정하는 건 더 어렵다. 특히 그게 부정적인 요소일 땐 정말 그 자체를 부정하고 싶다. 일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나는 혼자 일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다. 동료들한테 좀 미안한 얘기지만, 나는 혼자서 하는 프로젝트가 마음이 편하고 더 즐겁다. 평소 같이 일할 때도 주로 내가 동료들에게 일방적으로 오더 내리는 식으로 일하는 편이다. 의견은 다양하게 수렴하지만, 추진은 내 맘대로 한다.

내 이런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오래 걸렸지만, 알고 난 후 인정하긴 더 어려웠다. 주위에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정말 이런 사람이라면 나는 회사를 키우는 쪽으로 사업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매출이 계속 증가했음에도 직원 수를 최소로 유지한 건 단순히 유지비 때문만은 아니다. 내 성향이 이런 게 정말 큰 이유였다. 사업자에게 자신이 구멍가게 사장 스타일이라는 걸 인정하기란 힘든 일이다. 그래도 이젠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 이런 성향을 최대한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고 싶다. 요즘은 회사 일보단 크리에이터 일에 주로 집중하는 중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다른 사람의 노동력을 레버리지로 활용할 줄 모르면 큰돈을 벌 수 없다. 하지만 사업해서 버는 큰돈보다 크리에이터로 버는 소소한 돈이 내게 더 큰 행복을 준다면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원하는 삶은 남이 인정하는 성공이 아니라 그냥 내가 최대한 살고 싶은 대로 사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