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시간 약속만 잘 지켜도 중간은 간다. 사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은 중간이 아니라 대부분 상위권에 가깝다.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이 다른 걸 못 하는 건 흔치 않으니까.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만, 제대로 지키는 이가 별로 없어서 약속만 잘 지켜도 특별해 보이곤 한다.

중학생 때 음악 시간에 간단한 작곡 과제를 받았는데 반에서 과제를 제시간에 제출한 사람이 나를 포함해 10%도 안 됐다. 처음엔 나도 시간이 너무 촉박해 그냥 나중에 낼까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다 같이 못 한 상황이라 적당히 미뤄도 괜찮을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음악 선생님의 평가는 정말 칼 같았다. 시간을 어기고 나중에 낸 사람은 아무리 잘했어도 A를 주지 않았다. 반면 날짜 맞춰 낸 사람은 웬만하면 A 이상 받았다. 대충이라도 제시간에 제출한 게 훨씬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 경험은 너무 특별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독서 모임만 해도 독후감 제출 기한 마지막 날 겨우 독후감 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 비율은 독후감 쓸 시간을 아무리 많이 줘도 변함이 없다. 어느 집단이든 자기 일을 남보다 먼저 빠르게 마무리하는 이는 늘 소수다. 부지런한 태도 하나만 확실히 익혀도 경쟁은 그리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