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사는 게 지루하면 어떻게든 부지런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평소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취미를 늘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일상을 흥미로운 일로 가득 채우려고 유난을 떨었다. 인생이 허무하다고 느낄수록 더 그랬다. 요샌 사는 건 뭘 해도 비슷하고 어떤 즐거움도 쉽게 익숙해진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뭘 하든 인간은 금방 적응하고 덤덤해지는 게 본능이라 어떤 노력으로도 매너리즘은 피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삶을 대하는 태도를 이렇게 바꾸고 나니 사는 걸 지루하게 여기는 감정이 사라졌다. 모든 지루함이 당연하고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니 가끔 신나고 즐거운 일이 더 소중하고 특별해졌다. 매너리즘이 있기에 설렘도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란 사람 또한 남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길 기대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내 글도 마찬가지다. 내 모든 글이 늘 재밌고 가치 있길 바라지 않는다. 그냥 구독자에게 가끔 사소한 감흥만 줄 수도 있어도 그걸로 충분하다. 매일 뻔한 일상을 반복하지만, 그 안에서 이런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다. 이것은 나만의 작은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