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 샷’에서 재밌는 장면이 있다. 유대인 백인 기자인 주인공은 공화당과 기독교를 혐오한다. 이 부분에선 타협이 없을 만큼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공화당원과는 말도 섞을 수 없다고 믿는다. 하지만 어느 날 평생 절친으로 지낸 흑인 친구가 본인은 공화당원이고 기독교 신자라고 고백한다. 주인공이 그동안 이 친구를 통해 용기를 얻었던 좋은 문구는 사실 공화당 모토였다.

주인공이 이것에 충격받아 날뛰며 그동안 왜 말하지 않았냐고 분노하니 흑인 친구가 말한다. 2분 전까지만 해도 우린 절친이었는데 정치 성향과 종교를 밝히니 우리 관계가 이렇게 돼 버리지 않냐고. 너는 다름을 인정할 줄 모른다며 질책한다. 이에 주인공은 본인의 편협함을 반성하고 뉘우친다. 사실 영화 내에서 그리 중요한 장면은 아닌데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내가 가족이나 지인과 정치 성향 및 가치관이 크게 달라도 아무 문제 없는 건 우리가 모두 서로 하나의 공통된 가치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다른 생각을 가졌고 그게 무엇이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틀림이 아니라 다름의 차이라면 그게 뭐든 나는 존중한다. 나와 가치관이 전혀 다른 이와도 얼마든지 친하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할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