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힘으로 상대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변할 수 있게 영감 정도는 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설득하는 화법보단 혼잣말하듯 내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을 즐겨 쓰는 거다. 자극받는 지점을 각자 스스로 정할 수 있게 여유를 주고 싶다.

내 글은 덤덤하게 일기 쓰듯 쓰는 에세이라 아무 느낌 못 받을 수 있지만,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다. 매일 글 읽으면서 바뀌는 것도 좀 웃기지 않나. 영감은 불현듯 가끔 오는 거니까. 글을 오래 쓰면서 하나 깨달은 건 독자마다 감상과 수용 포인트가 정말 다르다는 거다.

심심하게 쓴 평범한 글에서 강한 영감을 받아 인생이 달라졌다는 분이 있는가 하면 작정하고 독하게 쓴 글인데도 아무 자극도 못 준 글도 있다. 글 쓰는 건 나지만, 이게 어디서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진 나도 모른다. 그저 그 대상이 누구든 읽었다면 도움이 됐길 바랄 뿐이다.

프로에게 정말 중요한 마음가짐은 자부심이라고 생각한다. 자부심이 없으면 일에 공을 들일 수 없고 꾸준히 할 수도 없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항상 내 일에 스스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자부심을 느껴야 어떤 일이든 꾸준히 할 수 있다. 내게 초심이란 이런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