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투자를 배울수록 자신을 알게 되는 이유
경험은 마인드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코인 시장에서 대폭락을 경험하기 전까진 코인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떨어져도 쉽게 매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알트코인들이 1/10 이하 가격이 되는 걸 지켜보면서 그전에 느껴본 적 없던 공포를 몸소 체험했다. 이건 직접 돈 잃어 본 게 아니면 어떤 느낌인지 전혀 알 수 없다.
이 경험 덕에 이젠 투자 방식이 그전과 달리 꽤 소극적으로 변했다. 5%만 수익이 나와도 오래 잡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조금만 하락해도 지나치게 빠르게 포기한다. 좋게 보면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것이고 솔직히 말하면 겁쟁이가 된 셈이다. 필요 이상의 다양한 시나리오를 쓰고 대비한다. 정신적인 에너지 소모가 크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경험했던 트레이더들도 이와 비슷한 트라우마에 시달려 과감한 투자를 잘 못 한다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도 시장의 대폭락을 경험하지 않은 젊은 세대를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다. 서브프라임 세대는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을 코인 시장에서 했고 그래서 트라우마가 있다.
투자가 이렇게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임에도 내가 투자를 좋아하는 건 투자만큼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없어서다. 어떤 순간에 무슨 판단하는지를 통해 내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건 투자를 배우지 않았다면 알기 어려웠을 부분이다. 그래서 투자를 좋아한다. 나 자신을 솔직하게 알 수 있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