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 변덕에 관대해지기로 했다. 뭔가를 시작한 이래 계속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는 건 운동과 글쓰기 정도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사랑한 재즈조차 요샌 잘 안 듣는다. 피아노도 마찬가지고. 최근엔 디자인 책을 잔뜩 버렸다. 프리랜서 시절 직업이 디자이너였고 디자인 에이전시도 운영했으니 내가 디자인을 얼마나 사랑했겠나. 온종일 디자인 공부만 해도 지겹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다. 불과 4~5년 전 일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관심 없다.

금사빠처럼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다가 별거 아닌 계기로 차갑게 식으면 자괴감을 느끼곤 했다. 어떻게 사람 감정이 이렇게 빠르게 들쑥날쑥할 수 있는지 한탄했다. 이젠 그냥 인정한다. 내 변덕을. 어제는 좋았어도 오늘은 안 좋을 수 있다. 물론 내 변덕만큼 상대가 내게 이러는 것에도 관대하다. 어제까지 내 베프라 하던 사람이 오늘 나를 버린다고 해도 마음 쓰지 않기로 했다. 뭔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겠지. 설령 이유가 없어도 그 변한 마음과 선택을 존중한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 마음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고 딱히 오래가지도 않으니 좋아하는 일 못 했다고 세상 다 산 것처럼 굴지 말란 거다. 난 인생에 유일한 사랑과 결혼한 것처럼 말하던 분이 재혼한 것도 봤다. 이젠 그 어떤 확신도 잘 믿지 않는다. 내가 믿는 건 세상 모든 일은 상황 따라 바뀔 수 있고 중요한 건 내게 그걸 컨트롤할 힘이 있는가 뿐이다. 난 내 능력만 믿을 뿐 다른 모든 건 변수로 둔다. 심지어 이 생각조차 언제든 바뀔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