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한 말이다. 뭔 소린가 싶겠지만, 쉽게 말해 이런저런 쓸데없는 의미 부여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란 뜻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건 때가 되면 다 망하거나 사라지니 일일이 따지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열심히 하라는 게 핵심 메시지인데 난 크리에이터이다 보니 이 개념을 콘텐츠 일에 대입해 보곤 한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온라인에서 글쓰기 시작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잘 안 난다. 개인 웹사이트를 시작으로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 브런치, 지금 운영 중인 머니맨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다양한 플랫폼에서 수많은 구독자가 나를 스쳐 지나갔다. 10년 넘게 내 곁에 남아 있는 건 글을 쓴 내 경험과 누적된 수많은 포스팅뿐이다. 이조차도 언젠가 때가 되면 다 사라질 거다.

수백만 조회 수를 자랑하는 포스팅도 있지만, 수천에 불과한 포스팅은 셀 수도 없다. 난 모든 포스팅에 똑같은 공을 들이는데 성과는 수백 배 차이가 난다. 어차피 콘텐츠 시장은 복잡계라 어떤 콘텐츠가 대박 나거나 망하는 이유를 찾아봤자 의미도 없다. 잘 만든 콘텐츠라고 무조건 터지는 것도 아니고 대충 만들었다고 망하는 것도 아니다. 이건 복불복이다.

사르트르 말대로 모든 건 사라진다.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게 부질없음을 알면서도 내가 늘 쉬지 않고 글을 쓰는 건 실존이 본질에 앞서기 때문이다. 글쟁이는 그냥 글을 쓰면 되고 인간은 살아 숨 쉬는 것 자체가 의미다. 뭔가 성과가 좋아야 의미 있는 게 아니다. 인생의 허무함은 실존을 무시하고 본질에 집착할 때 오지 실존에 충실한 사람은 권태를 느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