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스쳐 가는 인연에 너무 미련 두지 마라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장거리 연애에 부정적인 편인데 물리적 거리가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는 아니지만, 큰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 정성이 남달라 먼 거리임에도 자주 보려고 노력할 순 있지만, 어차피 그 인내심엔 한계가 있다. 상대에 대한 설렘으로 이성이 마비된 연애 초기를 넘어서면 관계 유지조차 어려운 게 장거리 커플이다.
연인 사이만 이런 게 아니다. 보통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친했지만, 지금은 소원한 관계를 생각하면 자주 볼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경우가 많다. 비즈니스 관계여도 직장 동료가 이런 친구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건 매일 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자주 보고 밥 먹고 노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다. 함께한 시간에 비례해 친밀도도 높아진다.
연락처는 많아도 편하게 연락하는 이는 많을 수 없다. 우리 시간은 하루 24시간으로 고정돼 있어 아무리 시간을 잘 활용해도 긴밀한 관계가 될 수 있는 숫자는 제한적이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그 숫자가 열 손가락 넘기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서 이 범위를 벗어나는 관계가 얕은 연결인 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이런 걸 안 좋게 보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인간관계도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누구도 수백 명과 동시에 친분을 유지할 수 없다. 모든 시간을 사교 활동에 써도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돼 있다. 어차피 끝까지 갈 수 있는 관계가 소수일 수밖에 없다면 스쳐 가는 인연에 너무 미련 두지 않아도 된다. 흐지부지한 관계만 늘리기보단 엄선해 고른 소수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집중하는 게 더 좋은 사교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