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오래가는 친구의 두 가지 기준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어느 순간 멀어진 관계가 있다. 딱히 무슨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내가 모르는 어떤 동기가 상대에게 있을 순 있으나 겉으론 아무 갈등도 없었다. 그런데도 참 데면데면한 사이가 되기도 하더라. 인간관계에 좀 허무함을 느낀다. 한편으론 오래가는 인연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친구든 지인이든 10년 넘게 쭉 가는 관계는 서로 도움받고 있는 사이가 대부분이다. 서로 필요하기에 잊지 않고 자주 연락한다. 이런 관계가 싫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단지 내가 필요 없어지면 끊길 인연이란 생각 정도는 한다. 이런 상호 호혜적 관계가 아니어도 계속 친하게 지내려면 다음 두 가지 정도는 잘 맞아야 한다.
일단 가치관이 맞아야 한다. 다양성이 중요하다지만, 그건 생태계 얘기고 적어도 친분으로 만나는 관계라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 이게 너무 다르면 소통이 안 되고 관계가 겉돈다. 양쪽 다 성품이 좋다면 서로 존중은 하겠지만, 속 깊은 대화를 하긴 어렵다. 이러면 반쪽짜리 친구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이것이 크게 다르면 평소에 어울릴 기회가 별로 없다. 눈 떠 있는 시간부터 주요 활동 반경과 취미생활 등 여러 면에서 맞는 게 없으면 같이 놀면서 대화할 거리가 제한적이다. 재미없고 공유할 게 적은 만큼 할 말도 없다. 사는 게 너무 다르면 마음도 통하기 어렵다. 사는 방식은 중요하다.
예전엔 다양한 부류와 어울리고 싶어 대부분 편하게 대했다면 요샌 내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거르는 편이다. 나와 안 맞는다 싶으면 확실히 선을 긋는다. 이런 태도가 인간관계를 편협하게 만들겠지만, 이쪽이 더 행복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어차피 이 두 가지가 안 맞으면 오래갈 수 없으니 미리 끊는다고 해서 나쁠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