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 인사를 돌리다 보니 예전에 클라이언트였던 분이 나를 처음 만났을 때 얘기를 해줬다. 미팅 전에 다른 업체 가격도 몇 군데 알아보고 날 만난 건데 내 가격이 평균보다 3배 정도 비쌌다고 한다. 그래서 왜 이렇게 비용이 많이 드냐고 물었는데 내 답변이 당시에 너무 충격적이었단다.

‘받고 싶어서.’ 내가 뭔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비용 청구를 한 게 아니라 그냥 그 정도는 받아야 열심히 일할 것 같아서 그렇게 달라고 했다고 한다. 이런 얘길 너무 당당하고 태연하게 해서 오히려 뭔가 특별한 기운을 느꼈다고. 사실 난 내가 정말 그랬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아마 내가 저렇게 말했다면 일종의 블러핑이었을 거다. 난 일이 감당할 수 없게 많아지면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 거절하는 성향이 있다. 애초에 거절당하는 걸 목표로 높여 부른 건데 가끔 어떤 분들은 이런 제안을 그대로 받기도 한다. 내 기준에선 이분이 더 연구 대상이다.

당시에 특별히 의도한 건 아니지만, 블러핑은 가격을 일시에 올리는 최고의 전략이 됐다. 높은 가격에 일을 맡길수록 프로젝트 만족도는 오히려 높아지기 쉽다. 예산이 넉넉하면 나는 최고의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 이렇게 서로 만족하는 레퍼런스가 생기면 새로운 기준점이 생긴다.

이분은 이후로도 내게 많은 클라이언트를 소개해줬다. 본인이 했던 가격 그대로. 이걸 계기로 나는 몸값이 크게 상승했다. 대폭 높여서 계약했던 그 가격이 내 기본 가격이 돼 버린 것이다. 많은 프리랜서가 가격 면에서 일정한 한계를 계속 벗어나지 못하는 건 이런 시도가 전혀 없어서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