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최대한 크게 그려서 크게 팔아라
정수기를 판다고 해보자. 팔아야 할 게 한 10대쯤이라면 친구나 지인한테 팔면 될 거다. 하지만 판매 목표가 100대라면 애초에 주변에 팔 생각조차 안 하게 된다. 그럼 1,000대라면? 아마 온갖 마케팅 기술을 총동원함을 넘어 아예 정수기 판매 전문 사이트를 만들어 버릴지 모른다. 관련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요즘 후회하는 건 내가 너무 작은 시장에서 장사하려고 했던 거다. 첫 달에 매출 100 찍고 둘째 달에 200 찍고 이렇게 점진적으로 늘려나가려고 했다. 이런 건 사업이 아니다. 한계 매출이 너무 낮은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첫 창업 실패의 트라우마가 너무 큰 나머지 전형적인 생계형 창업을 해버린 셈이다.
정수기 장사를 하더라도 첫 달에 10대 팔고 둘째 달에 20대 팔 생각 말고 처음부터 100대 팔 방법을 궁리해야 한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전자보다 후자가 더 어렵다고 할 수 없다. 사업을 오래 했는데 아직도 회사가 구멍가게인 건 내가 애초에 큰 꿈을 품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닌지 많은 반성이 된다.
만약 신이 나타나 내년까지 매출을 10배로 안 늘리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하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건 불가능하다. 요샌 그림을 크게 그리는 연습을 하고 있다. 이런 게 훈련 대상이 될 수 있나 싶겠지만, 배포가 커지는 것도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