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업을 포기하고 글로벌 마켓으로 사업 무대를 옮겼을 때 처음 한 일 중 하나가 블락 시스템 구축이었다. 블랙리스트를 어떻게 처리할지 명확한 기준을 세워 즉각 대처하게 했다. 처음엔 이 기준이 높고 실행이 강경해 동료들 사이에서 걱정이 많았다. 고객이 우릴 너무 까다롭게 여기지 않을까 싶어서.

하지만 걱정과 달린 진상 고객을 모두 제거함으로써 얻은 탁월한 업무 효율과 쾌적한 근무 환경은 상상했던 것보다 큰 효과를 발휘했다. 지금은 마지막으로 블락 처리한 진상이 누군지 기억도 안 날 만큼 좋은 고객만 남았다. 더러운 돈 안 벌겠다며 다소 무리한 결정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우리 일은 진상이 그리 많은 분야는 아니다. 하지만 그 비율이 1%만 돼도 고객센터에선 매일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한다. 나는 그 한 번의 경험조차 용납하고 싶지 않다. 돈엔 이름표가 없다지만, 사람 같지도 않은 놈들 돈까지 벌고 싶진 않다. 그래서 늘 과하다 싶을 만큼 과감하고 강한 차단 시스템을 쓴다.

예의 없고 무례한 놈은 고객이 아니다. 서비스업이라 해도 동료보다 소중한 고객은 없다. 고객 만족은 상대가 고객일 때 중요한 것이지 악마일 땐 애초에 상종하지 말아야 한다. 매출 걱정하지 말고 진상은 바로 제거하자. 이러면 오히려 매출이 오른다. 아무 돈이나 받지 말자. 당당하고 떳떳하게 벌어야 오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