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없다는 말이 싫다. 내가 하는 것도 싫고 남한테 듣는 것도 싫다. 그렇게 말하면 왠지 무능한 느낌이 든다. 그런 말 안 해도 될 만큼 자유롭게 살고 싶다. 시간이 없다고 말하면 내가 시간 거지가 된 기분이라 정말 바빠서 그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꾹 참는 편이다.

남이 내게 그렇게 말하는 건 그나마 좀 낫다. 어쨌든 내가 무능한 느낌이 드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상대방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느낌이 들어 그리 좋진 않다. 차라리 바쁘다는 핑계 말고 다른 중요한 일이 뭔지 구체적으로 말해줬으면 좋겠다. 밀리더라도 이유는 알고 싶다.

모임 주최하면 시간 없다고 빠지는 친구들이 꼭 있다. 실제로 바쁘겠지만, 매번 그렇게 모임에 안 나오면 관계가 유지될 수 없다. 다른 일 있다는 말을 밥 먹듯이 하던 친구들은 요새 어떻게 사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바쁘다고 하지 말고 그냥 나오기 싫다고 해줬으면 좋겠다.

아마 나도 누군가에겐 어느 정도 그런 사람이었을 거다. 하지만 이제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내 일이 안 중요해져서가 아니라 내가 더 원하는 게 뭔지 깨달아서다. 이렇게 인생의 우선순위는 시기마다 계속 바뀐다. 앞으로 시간 없다는 말을 안 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