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를 사귈 거면 먼저 상대의 예민함을 파악해야 한다. 예민한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교류해야 문제없이 오래갈 수 있다. 본인은 예민한데 무심한 타입을 만나면 신경 쓰이고 섭섭한 일이 생긴다. 애초에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감수성을 가진 사람을 찾아서 사귀어야 한다.

난 정치적 올바름에 민감한 성향과 친구 하기 어려운데 내가 그쪽으로 예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누가 비속어 써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사석에서 대화하다 보면 그런 말 나오는 건 예사다. 정의로움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그냥 법만 안 어기면 괜찮다고 여기는 수준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사는 사람이다 보니 타인에 대해서도 그렇게 섬세하게 배려하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잘 모르는 상대에겐 최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뿐이다. 입만 열면 온갖 저속한 농담을 즐기지만, 감수성이 남다른 분들 앞에선 가벼운 농담도 하지 않는다.

사회에 나와 친구를 사귀다 보면 이런 부분이 맞지 않아서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페미니스트는 같은 페미니스트 친구를 사귀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안 그러면 너무 스트레스받는다. 젠더 감수성 없는 사람들 보고 있으면 그거 제명에 살 수 있겠나. 차라리 안 보고 말지.

본인 뚱뚱한 걸 유쾌하게 개그 소재로 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가 삼겹살 얘기만 해도 불쾌하고 심장이 덜컹거리는 사람이 있다. 개인마다 예민한 정도가 서로 다르다. 처음 상대를 만났을 때 이 부분을 잘 파악해서 대해야 한다. 이런 건 교류하기 전에 미리 고려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