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상상도 못 할 거다. 본인이 동물을 죽이고 있다는 걸. 석촌호수에 최근 몇 년 사이에 야생 동물이 부쩍 늘었다. 새벽마다 고양이 먹이를 주는 캣맘과 오리나 거위 먹이를 주기적으로 주는 사람이 많이 생겼기 때문. 이제 이들이 먹이를 안 주면 동물이 살아남을 수 없을 만큼 개체 수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버렸다.

자기들 딴엔 좋은 일 한다고 믿을 거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생태계 균형을 깨고 자연의 질서를 망가뜨리는 주범이다. 외부 도움 없이 살아남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도움은 자전거 보조 바퀴나 뒤에서 잡아주는 정도가 전부여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건 결국 자신의 균형감각과 몸이다. 남이 대신해 줄 수 없다.

자립을 방해하는 모든 건 악이다. 스스로 설 수 없는 비루한 존재에게 올바른 자아와 자존감이 생길 수 없다. 도움의 방향은 자립을 돕는 식으로 해야지 그냥 무턱대고 막 도와주는 게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껏 내가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는 걸 최대한 지양했다. 모든 문제는 스스로 풀어야 자기 실력이 되니까.

남 함부로 도와주지 마라. 그건 돕는 게 아니라 망치는 거다. 도와줄 거면 자립할 수 있게 도와라. 이 선을 못 지킬 거면 차라리 안 돕는 게 낫다. 계속 먹이를 주다 끊어버리면 상대는 고마워하는 게 아니라 원망하고 원수로 여긴다. 기부를 익명으로 하는 건 단순히 선의를 숨기기 위한 겸손이 아니다. 우리 모두를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