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는 태생적으로 먹고살기 어렵다. 이건 전 세계 어느 바닥이나 마찬가지. 크게 두 가지 구조적 문제가 있다. 하나는 콘텐츠 산업 자체가 ‘슈퍼스타 경제학’이 그대로 적용되는 분야다. 상위 1%가 전체 파이의 99%를 먹는다. 업계 최고 스타에게 모든 인기가 몰린다. 매우 소수에게만 수익이 집중되는 구조다.

다른 하나는 콘텐츠 산업 자체가 그리 대단한 산업이 아니란 점이다. 의사는 건강을 다루고 변호사는 신변을 다루지만, 콘텐츠는 유희를 다룬다. 재미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다. 심지어 최고 인기 프로그램조차 오랜 기간 결방해도 우리 일상에 아무 영향 없다. 콘텐츠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비타민은 돼도 페인킬러는 못 되는 셈.

콘텐츠의 가치는 철저하게 주관적 평가 영역이다. 뛰어난 작가의 책에 어떤 독자는 자기 인생 책이라 부르며 얼마를 줘도 아깝지 않다고 평하지만, 어떤 사람에겐 공짜로 줘도 안 읽는 책이다. 콘텐츠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유저의 심금을 울리거나 그 정도는 아니어도 꾸준히 소비하고 싶은 수준의 유인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두 방법 다 어렵고 운도 필요한데 돈은 별로 안 된다.

이렇게 돈도 안 되고 힘든 산업인데도 경쟁자는 넘친다. 영화판은 연봉 천만 원이 안 돼도 하겠다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그러면서도 즐겁게 그 일을 계속한다. 영화를 만드는 일이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기한텐 가장 위대한 일이니까. 그런데 본인의 자부심과 별개로 적어도 산업의 관점에서 콘텐츠 일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다.

항상 크리에이터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일을 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걸 제대로 인식해야 돈 얘기를 똑바로 할 수 있다. “돈 안 벌어도 돼. 어차피 이건 재미로 하는 거야.” 벌면 좋고 안 벌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일을 맡는다. 영화, 디자인, 예술 분야 모두 그렇다. 보람만 있으면 자기 시간과 노력은 공짜여도 상관없는 줄 안다.

콘텐츠 산업이 돈이 전혀 안 되는 건 크리에이터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이 산업에 접근하는 면이 크다. 돈 안 벌어도 되는 대단한 일 한다고 착각하면 평생 거지꼴 못 면한다. 콘텐츠 일도 결국은 일이다. 돈 못 벌면 진짜 바보짓밖에 안 된다. 여기에 어떤 변명도 붙여선 안 된다. 콘텐츠 산업이 산업으로서 가치를 가지려면 크리에이터들이 정말 지독하게 돈 얘기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