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프로라면 지독하게 돈을 밝혀라
의사는 건강을 다루고 변호사는 신변을 다루지만, 콘텐츠는 유희를 다룬다. 재미는 있으면 좋지만, 없다고 큰일 나는 건 아니다. 심지어 최고 인기 프로그램조차 오랜 기간 결방해도 우리 일상에 아무 영향 없다. 콘텐츠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비타민은 돼도 페인킬러는 못 되는 셈이다.
콘텐츠의 가치는 철저하게 주관적 평가 영역이다. 콘텐츠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유저가 감동하거나 최소 꾸준히 소비하고 싶은 수준의 유인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두 방법 다 어렵고 운도 필요한데 돈은 별로 안 된다. 콘텐츠 산업은 이렇게 어렵고 돈도 안 되는 힘든 분야인데도 경쟁자는 넘친다.
영화판은 최저임금 못 받아도 하겠다는 사람이 넘친다. 그러면서도 즐겁게 그 일을 한다. “어차피 이건 재미로 하는 거야.” 벌면 좋고 안 벌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니까 터무니없는 조건에도 일을 맡는다. 영화, 디자인, 예술 분야 모두 그렇다. 보람만 있으면 자기 시간과 노력은 공짜여도 상관없는 줄 안다.
살아남으려면 잘못된 인식으로 이 산업에 접근하면 안 된다. 돈 못 벌어도 재밌는 일이면 괜찮다고 착각하면 평생 거지꼴 못 면한다. 콘텐츠 일도 결국은 일이다. 돈 못 벌면 진짜 바보짓밖에 안 된다. 여기에 어떤 변명도 붙여선 안 된다. 콘텐츠 산업이 가치를 가지려면 정말 지독하게 돈 얘기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