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결정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 그게 잘못된 결정인 적은 많다. 하지만 당시 내 능력에선 그게 내 한계다. 더 오래 생각했다고 더 좋은 판단을 했을 것 같진 않다. 직관적으로 빠른 결정을 내리면 대부분 너무 성급한 게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난 인간의 직관을 믿는다.

직관은 본능에 가까운 것 같지만, 사실 정말 오랜 훈련과 경험이 합쳐져 결정에 관여하는 것이다. 시험에서 정답을 바꾸면 틀린다는 속설은 징크스보단 이런 맥락에서 해석하는 게 더 맞다. 왠지 이게 맞을 것 같다는 그 감각은 생각보다 그렇게 터무니없는 게 아니다.

물론 직관은 뭔가 과학적이지도 않고 데이터로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빠른 결정이 가지는 특유의 힘이 있다. 틀려도 고칠 수 있는 시간을 벌고 확신에 가까운 결단력은 다른 악조건을 실행력으로 극복하게 만든다. 의사 결정에서 속도는 그만큼 중요하다.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땐 그냥 느낌 좋은 쪽으로 찍는다. 지나 놓고 보면 대부분 다른 걸 골랐어도 그리 상관없었을 것 같다. 어쩌면 어떤 결정 그 자체보단 그 일을 이끄는 추진력과 운이 더 중요할 때가 많지 않나 싶다. 무데뽀 정신을 좋게 포장한 것 같지만, 적어도 내 경험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