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땐 상대 마음이 궁금했다. 같이 일하던 동생이 이상형이 어떻게 되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귀걸이 차는 여자라고 답했다. 이건 좀 이상한 답변이다. 이상형을 묻는데 좋아하는 스타일을 답한 거니까. 일부러 그랬다. 다음부터 그 친구가 귀걸이를 할지 궁금해서. 관심법을 몰라서 떠보기를 즐겨 쓰곤 했다. 어느 순간 이런 짓이 다 부질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유도신문이든 뭐든 상대 마음을 안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다.

채용 대상의 마음을 읽어 보려고 노력한 적이 있다. 역시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을 알면 내가 뭐 어쩔 건가. 중요한 건 내 의지이지 상대 마음이 아니다. 어느 날 신이 내게 상대방 마음을 읽는 능력을 준다고 한들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상황과 결과를 바꾸는 건 상대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이란 걸 이제 확실히 알겠다. 이 깨달음을 얻은 이후론 상대가 누구든 상대방 마음을 파악하려고 그리 애쓰지 않는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게 전부다. 덕분에 예전보다 뭐든 명쾌하다. 상대를 알려고 하기 전에 내 마음과 상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기회란 내가 준비된 만큼만 얻을 수 있다. 남이 주는 게 아니다. 모든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나 자신이다. 항상 이것을 잊지 않고 나와 내 주변을 살펴야 한다. 남에게 늘 끌려다니는 느낌이 든다면 한 가지만 명심하면 된다. 모든 결정의 중심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나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