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발상부터가 오만했다. 가령 비즈니스는 어떤 문제가 있고 그 원인을 알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비즈니스가 아닌데 나는 이것도 원인만 알면 노력으로 해결 가능하다고 착각했던 것. 알고 보니 노력해도 원인 자체를 알 수 없더라.

나는 내가 아직도 왜 수지 같은 미녀에게 관심이 안 생기는지 알 수 없다. 분명 그녀는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미모의 연예인인데. 내 눈에도 너무 예쁜데 상대적으로 미모가 확 떨어지는 다른 연예인보다 관심이 없다. 호감 자체가 거의 없는 편.

객관적으로 너무 예쁜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생각해봤다. 연기력이 훌륭해 좋아하게 된 배우가 있는가 하면 이유 없이 끌려서 좋아하게 된 배우도 있다. 이런 건 무엇이 매력 있어서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좋아하는 것에 가깝다.

취향이란 이런 거다. 딱히 답이 없다. 이게 모든 인간관계가 운명론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냥 좋아하고 그냥 싫어하니까.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너무 한정돼 있어서 노력 자체가 무의미할 지경이다. 되는대로 살아도 결과에 영향 없다니 너무 허무하다.

보통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게 세상사 기본 이치인데 사람 마음은 이런 노력 자체를 불허한다. 더럽다면 아주 더러운 영역이다. 오직 타고난 것만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거니까. 그동안 이걸 모르고 10년 넘게 삽질했다. 문제는 이렇게 알아도 여전히 삽질하고 싶다는 게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