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처음부터 오만한 발상이다. 가령 어떤 비즈니스든 문제의 원인을 알면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은 비즈니스가 아닌데 나는 이것도 원인만 파악하면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착각했다. 알고 보니 이런 건 아무리 노력해도 원인 자체를 알 수 없더라. 사실 원인을 알아도 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

취향이란 이런 거다. 딱히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하고 그냥 싫어한다. 이게 모든 인간관계가 운명론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부분이 너무 한정돼 있어서 노력 자체가 무의미할 지경이다. 보통 근성만으로도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한 게 세상사 기본 이치인데 사람 마음은 이런 노력 자체를 불허한다. 더럽다면 아주 더러운 영역이다.

그동안 이걸 모르고 10년 넘게 삽질했다. 문제는 이렇게 알아도 여전히 삽질하고 싶다는 게 문제다. 나와 인연이 아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따윈 없는데 어떻게 하면 그 사람 마음에 들 수 있을지 계속 궁리하게 된다. 머리론 노력으로 안 되는 부분이 뭔지 깨달았는데 마음이 그렇게 안 따라줘서 여전히 고생 중이다. 역시 사람 마음은 참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