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먼저 봐선 안 된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아무리 답답해도 끝까지 스스로 고민해 봐야 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며칠이라도 좋으니 계속 직접 답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성과가 급하면 답지를 보고 해법을 외울 순 있다. 하지만 그런 건 근본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지 않는다. 그렇게 외워봐야 풀이를 까먹는 건 순식간이다.

소설 <데미안>의 알을 깨고 나오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알은 스스로 깨고 나오면 생명이 되지만, 밖에서 강제로 깨면 죽지 않나. 깨달음은 늘 내 안의 사색을 통해 얻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예전에 동료들을 직접 가르치던 시절엔 정말 끝까지 정답을 잘 안 알려줬다. 애들은 내가 장난치느라 그러는 줄 알지만, 사장이 임금 아깝게 왜 그러겠나.

뭘 가르치든 몇 가지 질문만 던져 주고 혼자 생각할 시간을 많이 주는 편이다. 그렇게 직접 답을 찾아야 내가 일일이 코치하지 않아도 문제 해결을 잘하는 해결사가 될 테니까. 지금도 하루 중 상당 시간을 가만히 앉아서 보낸다. 하도 이러니 내 주변 사람들은 이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 넋 놓고 앉아 있냐고 묻곤 한다.

내 직업은 크게 보면 생각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다. 온종일 생각해서 좋은 아이디어 하나를 뽑아내는 게 직접 실무를 진두지휘하는 것보다 조직에 도움이 된다. 사색하지 않는 이들은 답이 우연히 밖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알지만, 좋은 답은 늘 내 안에 있다. 그걸 발견하는 훈련과 경험이 없을 뿐. 알은 스스로 깨고 나오려면 긴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누구든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 소설 <데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