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익숙함에서 즐거움을 찾아라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 한동안 꽤 인기 있었던 소설 ‘어린 왕자’ 속 경구다. 사람들도 대체로 크게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이 말 정말 맞는 말인가? 다른 경우는 빼고 남녀관계만 놓고 보자. 보통 남녀가 만나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엔 서로 설렘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설렘은 줄어들고 그 공간을 익숙함 같은 편안한 감정이 대체한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편안함이 서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우다. 남녀 간 사랑은 지극히 호르몬 지배적이라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열렬히 사랑을 한 커플이라도 설렘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렘이 줄어든 공간에 들어찬 익숙함에서 즐거움이 안 생긴다면 괴로움이 시작된다. 익숙함에 속는 게 아니라 그냥 즐겁지가 않다는 것. 연인 사이가 오래가려면 익숙함에서 반드시 즐거움이 나와야 한다. 그게 권태로움이나 정같이 무덤덤한 감정이라면 오히려 계속 사귀는 게 좋을지 고민해야 한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는 게 아니라 사실은 그걸 지킬 만큼 소중한 게 아닌 셈이다. 만남이 즐겁지 않은 상대와 미적미적한 관계를 유지하는 건 다소 미련한 선택이다. 익숙해졌다고 잃어버릴 정도의 소중함이라면 오히려 잃어버리는 게 낫다. 이미 식어버린 사랑도 가치는 있다지만, 좋게 봐야 차선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