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를 제한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시간과 기회가 많을수록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믿는 편이라 뭐든 타이트하게 압박하는 편이다. 디지털카메라로 바뀌고 나서 좋은 사진 건질 확률이 확 떨어졌다. 셔터 누르는 비용이 거의 없다 보니 아무렇게나 많이 찍고 거기서 한 장 건지려 해서다.

애초에 찍을 기회가 정해져 있다면 훨씬 적게 찍고도 쓸만한 사진을 많이 건졌을 거다. 한 컷 한 컷 혼을 실어 찍을 테니까. 많이 찍어서 몇 장 건지려 하면 사진 정리하는 것도 일이다. 촬영한 것 정리하고 백업하는 것도 다 비용이다. 업무 효율을 높이려면 이런 기회비용 통제를 잘해야 한다.

이 같은 태도는 하나의 인생관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난 지나간 일에 그리 미련 갖지 않는데 늘 제한된 기회에 익숙해서다. 최대한 집중해서 했는데 잘 안 되면 그 자체를 운명으로 받아들인다. 괜히 실력이나 운 탓하며 자책하지 않는다. 그저 내 몫이 아니었다고 생각하고 그냥 넘긴다.

이것은 미니멀 라이프에 집착하는 생활관과도 밀접하다. 최대한 선택지를 줄이는 방향을 추구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를 제한하게 된다. 골치 아픈 일을 줄이려는 습관이 이젠 인생관이 됐달까. 사람들은 많은 기회가 있으면 더 잘할 거라 착각하지만, 보통은 기회가 아니라 실력만큼만 나오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