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미워하는 데 인생을 낭비하지 말 것.’ 커뮤니티에서 키워 짓을 종종 하던 동료한테 이 문구를 액자에 타이포그래피 해서 선물한 적이 있다. 악플 쓰는 습관을 고쳐 주려고. 사생활에 관여하고 싶진 않지만, 상사로서가 아니라 형으로서 고쳐 주고 싶었다. 인생을 낭비하는 최악의 습관을.

어릴 땐 나도 커뮤니티에서 키워 짓을 하곤 했다. 도발하고 약 올리는 스킬도 남달라서 상대방 열 받게 하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그땐 시간도 많아서 한 번 싸우면 끈질기게도 싸웠다. 이런 짓을 안 하게 된 건 어떤 특별한 성찰이 있어서가 아니다. 자본의 논리가 적용되니 저절로 고쳐졌다.

임금이 계속 오르다 보니 댓글 몇 번만 달아도 몇만 원이 증발한다. 정체도 모르는 이들 상대로 돈을 그렇게 쓴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젠 그 누구와도 댓글로 싸우지 않는다. 돈 아까워서라도 못 싸운다. 만약 싸운다면 내 사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때만 싸우겠다.

지금은 그런 페친이 거의 없지만, 예전엔 악의적인 목적으로 친구를 신청한 이들이 있었다. 페친이면 내가 공유한 게시물을 볼 확률이 매우 높은데도 내 글을 가져가 조리돌림을 하곤 했다. 상대방 직장을 보니 댓글이 아니라 실제로 괴롭혀 줄 수도 있었지만, 내 시간과 에너지가 아까워 차단했다.

차단 기능을 자주 쓰는 편이다. 상대가 너무 싫어서가 아니라 서로의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생면부지의 상대와 온라인에서 싸우는 게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그건 모두가 손해다. 작정하고 나를 괴롭히는 게 아니라면 누구도 미워하고 싶지 않다. 그런 건 내 삶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