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난한 사회생활의 첫걸음은 적을 줄이는 것이다. 적을 안 만들 순 없다. 내가 뭘 해도 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반드시 있으니. 하지만 줄일 순 있다. 쓸데없는 짓만 안 하면. 여기서 말하는 쓸데없는 짓은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역린은 용의 턱 아래에 거꾸로 난 비늘을 의미하는데 이걸 건드리면 용이 크게 분노하여 상대를 죽인다는 의미에서 유래한 단어다. 보통 임금의 노여움을 이르는 말이다. 의역하면 상대를 화나게 자극하지 말라는 거다.

썩 시도할 만한 테스트는 아니지만, 내가 역린을 파악하고 있는 상대를 일부러 건드려 본 적이 있다. 결과는 당연히 파투났다. 내가 아무리 수습하려고 해도 수습이 안 됐다. 설령 수습됐어도 전과 같은 관계론 못 돌아간다. 사실상 끝난 사이다.

그 뒤로 난 누굴 만나든 상대의 역린을 잘 파악해 둔다. 이걸 파악하는 방법은 긴 이야기니 생략한다. 집중해서 관찰하면 누구나 알 수 있다. 중요한 건 이런 개념이 없는 사람들이다. 선을 모르고 날뛴다. 항상 주위에 원한 가득한 이들이 넘치고 늘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자신의 역린을 미리 알려주고 조심하라고 경고해 주는 이는 인격이 훌륭하고 성숙한 사람이다. 이런 친구는 반드시 깊게 사귀어 비즈니스도 함께 도모함이 좋다. 친해질수록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찾기 쉽지 않다. 본인 안목이 없다면 코앞에 두고도 못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