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정도 매일 점심을 다른 사람과 먹기로 마음먹은 적이 있다. 당시엔 온갖 철학, 심리학, 화술 관련 책을 섭렵하며 어떻게 하면 뛰어난 언변을 가질 수 있을까 궁리하던 때였다. 대화 연습 상대가 필요한데 친한 친구 상대로 하는 건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처음 보는 상대의 호감을 사고 대화를 주도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굳게 결심하고 매일 상대를 바꿔가며 점심을 사주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한동안 못 만났던 여러 지인을 불러내 먹었는데 몇 주 정도 하니까 더는 불러낼 사람이 없었다. 그다음엔 식사를 혼자 하는 분에게 가서 물어봤다. 혼자 먹기 싫어서 그러는데 같이 먹을 수 있냐며 밥 사겠다고 제안했다. 선구안이 좋아서 상대를 잘 골랐는지 아니면 상대방도 거절하면 어색해질까 봐 그런지 딱히 거절당한 적은 없다. 대화도 생각했던 만큼 잘 되는 편이었다.

정말 이상하게 안 풀렸던 경우도 몇 번 있었지만, 그래도 크게 불쾌한 경험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 이런 건 사실 성격 좀 강한 사람한테 걸리면 대판 깨질 수도 있는 제안인데 말이다. 일주일 정도 독대로 상대했는데 계속 별 탈이 없다 보니 자신감이 붙어서 여러 명 있는 상황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선 여대생이 단체로 있는 모임에 섞여 먹은 적도 있다.

인간의 적응력은 위대해서 불편하고 어색한 상황도 반복하면 금방 친숙해진다. 처음 보는 상대와 대화가 어려운 건 그런 경험이 별로 없어서다. 밥 먹듯 반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할 용기가 있다면 누구나 자기의 부족한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이렇게까지 노력하진 않으니 바뀌지 않는다. 과감한 도전과 그걸 꾸준히 시도하는 끈기가 자신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