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밤에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대부분 신호를 지키지 않는다. 처음부터 신호 지킬 생각은 안 하고 사람 건너가면 그제야 급정거하기 바쁘다. 내가 규칙을 지켜도 상대가 안 지킨다고 생각하니 건널목 하나 건너는 것도 스트레스다. 이런 걸 ‘신뢰 비용’이 증가한다고 표현한다.

누군가 의심스러워 여러 가지 방비를 해야 할 것 같다면 그 상대와는 애초에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 신뢰가 떨어지는 상대라면 그 사람이 어떤 역량과 자산을 가지고 있든 같이 일해선 안 된다. 당장 손해 입지 않아도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꼭 해를 끼칠 존재다.

난 동료들이 해오는 작업물을 꼼꼼히 살피지 않는다.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알아서 잘한다는 믿음이 있다. 만약 실력이나 인품 등 자질이 부족한 동료를 고용했다면 하나하나 다 챙기느라 에너지 낭비가 컸을 것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과 일하는 것만큼 피곤한 일도 없다.

‘의인물용 용인물의’ 의심스러워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일단 썼다면 의심하지 말라는 송나라 사필의 격언이다. 신뢰할 수 없다면 애초에 안 써야지 써 놓고 의심하는 건 서로에게 최악이다. 신뢰를 해치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미리 제거해야 한다. 신뢰도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