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노동자가 부자인 경우는 없었다.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되나 한번 찾아본 적이 있는데 순위에 기업가나 투자가밖에 없었다. 그땐 어려서 멋모르고 세계의 부자를 살폈는데 그 아래도 찾아봤다면 스포츠나 연예계의 스타가 있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스타는 본인 자체가 기업화된 형태라 노동자라 볼 수 없다. 스타는 회사에 소속돼 있어도 1인 기업에 가까운 근로 형태로 노동자가 아니다.

직접 일하는 건 구조 자체가 소득이 높기 어렵다.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시스템이라 노동자에게 딱 일한 시간만큼의 이익만 남겨 준다. 그 이상이 남아야 남는 시간에 투자도 하고 자기계발도 해서 몸값을 계속 높일 텐데 그럴만한 여유를 안 준다. 그래서 난 프리랜서를 하던 시절에도 내 시간을 벌기 위해 지독하게 외주에 집착했다. 영업만 하고 실무는 나보다 싼 프리랜서에게 맡긴 것이다.

100만 원짜리 프로젝트를 맡아 30만 원짜리 프리랜서에게 외주를 맡겨 해결하면 나는 나머지 이익을 남김과 동시에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게 번 시간을 추가 영업이나 내 자기계발에 쏟는다면 꾸준히 성장할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프로젝트 맡을 능력이 있으면서 가격이 싼 외주를 구하는 건 국내에선 찾기 어려우므로 주로 글로벌 마켓에서 구했다. 이게 국내의 다른 프리랜서들과 나의 큰 차이였다.

사실 저가 수주했을 땐 그냥 직접 해결하는 게 훨씬 쉽다. 남 시키는 것보단 내가 맡는 게 마음도 편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는다. 하지만 노동자로 살지 않기로 마음먹은 후론 과감하게 실무를 최소화했다. 무조건 나보다 싼 인력을 고용해 해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 시간을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 노동자 포지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이었다. 일을 잘했기에 직접 일하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매년 수익이 오르고 있지만, 내 노동시간은 반비례해 줄어들고 있다.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나는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투자에 집중하게 된 것도 여유 시간이 생겼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모든 게 근로 소득을 사업 소득으로 바꾸기 위한 집착의 결과다. 이렇게 바꾸는 게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 취직해 일하는 것으론 원하는 자유를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