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술을 좋아해 술집을 차리면 망하는 이유
술을 좋아해 술집을 차리면 망한다. 술을 좋아하는 것과 술 파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것과 영화 만드는 것도 별개다. 영화 감상은 평범한 취미일 수 있지만, 영화 제작은 정말 크리에이티브한 일이라 타고나야 한다. 하지만 영화에 심취한 사람들은 종종 본인들이 영화를 직접 만들면 잘할 수 있을 거라 착각한다.
여행이 즐거운 건 소비 활동이라서 그렇다. 돈 쓰는 일은 어디서 뭘 해도 재밌다. 여행 가서 쓸 돈을 집 근처에서 친구랑 써도 즐겁다. 여행하다 보면 여행 작가가 돼 여행 다니면 괜찮지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서점 가서 전업 여행 작가가 몇 명 있는지 알아보면 우리나라에서 여행 작가는 사실상 없는 직업군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비 활동으로 즐기는 것과 그걸 생산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만약 이 차이를 잘 모르겠다면 직접 생산자가 돼 활동해 보는 게 좋다. 아니면 생산자를 자세히 조사해 보거나. 그러면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걸 좋아한다고 해서 그걸 잘하거나 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차이를 빨리 깨닫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