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어떤 분야에 학습량이 많고 고민이 깊어지면 확신이 약해진다. 그래서 훌륭한 학자들은 뭔가 단정적인 표현보단 늘 이런저런 가능성을 열어 두는 편이다. 확실해 보이는 것도 확신해선 안 된다는 걸 잘 아니까.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것만 많이 보인다. 항상 필요 이상으로 고민하는 게 연구하는 사람의 기본자세다.

하지만 사업가는 이래선 안 된다. 머릿속에서 이것이 불확실하다는 걸 알고 있어도 하기로 결단 내렸다면 100% 확신해야 한다. 그렇게 믿고 실행해도 중간에 계속 흔들린다. 끊임없이 회의하고 번뇌하다 이쪽저쪽 갈피를 못 잡고 지리멸렬해진다. 사업이든 뭐든 이런 태도론 뭔가 의미 있는 성취를 할 수 없다.

우리 팀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동료들이 나를 압도적으로 믿어 준다는 점이다. 견제가 없다는 면에서 큰 판단 착오를 할 수 있으나 모두가 단합이 잘 되므로 실행 속도가 차원이 다르다. 다른 회사가 길게 회의할 때 우리는 프로토타입이 나오고 상품 테스트할 시간 있으면 그냥 바로 출시해 결과를 확인한다.

어떤 태도가 더 낫다고 할 순 없다. 그건 조직과 상황마다 천양지차일 테니. 하지만 분명한 건 뭔가 결단을 내렸다면 학자 같은 태도를 버리고 사업가답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단을 내리기 전까진 충분히 심사숙고할 수 있지만, 실행 단계로 넘어갔다면 도돌이표 찍는 걸 멈추고 오직 전진만이 살길임을 확신해야 한다.

망하더라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면 그건 의미 있는 실패지만, 결과 근처에도 못 가고 포기하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그런 게 단 몇 번만 반복돼도 회사는 쉽게 망한다. 연구원과 사업가는 그 기질부터 어떤 사안을 다루는 태도까지 전부 달라야 하는 셈이다. 자기 성향에 안 맞는 직업을 고르면 열심히 일할수록 더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