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들은 경기장을 넓게 보는 시야 자체가 실력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평범한 선수들은 보통 드리블을 하면 자기 공 밖에 못 보지만, 뛰어난 선수들일수록 상대 수비부터 우리 팀 진영의 움직임까지 전체의 흐름을 읽는다.

카페 일을 하는 지인의 가게에 놀러 갔더니 지인이 물어봤다. 혹시 오늘 가게 매출 얼마나 나왔는지 맞출 수 있냐고. 눈빛을 보니 내가 평소에 관심법 타령하는 장난을 골려주려는 목적이 강한 것 같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나는 그날 매출을 만 원 단위까지 맞춰 버렸다. 운이 크긴 했다만.

지인은 내가 어떻게 맞췄는지 모르고 진짜 관심법이라도 익힌 거냐고 놀랐는데 이제 와 비밀을 밝히자면 이미 정보가 많았다는 것이다. 마감 시간 때라 내 영수증에 찍힌 번호가 사실상 마지막 손님이다. 고객 수를 알았으니 객단가만 파악하면 얼추 비슷하게 맞출 큰 틀을 잡은 셈이다.

비즈니스 협상에서 자기 발언에만 신경 쓰는 건 평범한 협상가의 행동이다. 고수일수록 내가 말할 때 상대의 미묘한 표정 변화와 반응을 파악해 수시로 다른 카드를 꺼내 조율한다. 내 패만 보고 확신하는 도박사는 승률이 높을 수 없다. 그래서 관찰력이 곧 통찰력이 된다.

우리한텐 이미 많은 정보가 있다. 하지만 늘 섬세하게 관찰하지 않기에 그것들이 보이지 않고 활용할 수도 없다. 내가 말할 때 상대의 표정도 같이 살피는 것, 미묘한 톤 변화도 놓치지 않는 것, 그 변화에 맞춰 임기응변이 가능한 것. 프로 협상가가 갖춰야 할 기본 소양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