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페이스북을 안 쓰는 것 같은 계정들을 주기적으로 정리하는 편인데 가끔 실수로 평소에 내 글을 구독하는 분을 지울 때도 있다. 그런데 그렇다고 내가 다시 친구 신청하면 괜히 페절한 걸 알게 하는 것 같아 조용히 넘어가게 된다.

어찌 보면 내 실수를 얼렁뚱땅 넘어가는 식이지만, 보통 사람들은 평소 교류가 있지 않은 이상 친구 끊어봐야 끊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내가 끊지 않아도 페친이 종종 줄어드는데 누가 끊은 지 눈치채는 경우는 손에 꼽는다. 소셜미디어란 그런 곳이다.

하지만 이걸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 언제 끊어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얇게 연결돼 있다는 건 오히려 확장성에 도움이 된다. 페친에 일일이 의미를 둔다면 누구나 쉽게 페친으로 받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평소 취향대로만 사람들을 거르게 된다.

음식점에 들어가 랜덤으로 음식을 시키지 않으면 평생 전체 메뉴에 아주 일부만 먹게 된다. 하지만 가끔 랜덤으로 돌려서 선택하면 설혹 내 입맛에 맞지 않은 걸 만날 때가 더 많더라도 평소에 접해볼 수 없던 새로운 맛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사고의 지평이 넓어지는 셈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얇은 인간관계를 맺는 건 메뉴에서 랜덤 버튼 같은 기능을 한다. 가끔이긴 하지만 내가 몰랐던 내 취향을 알게 해 주고 미처 몰랐던 새로운 인간 유형도 경험하게 해준다. 상한 걸 굳이 먹을 필욘 없지만, 편식만 한다면 음식 맛을 안다고 말할 수도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