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내 시장에 환멸을 느껴 외국 진출을 선언했을 땐 주위에서 무모하다고 난리였다. 알아보니 우리 쪽 분야에선 딱히 글로벌 마켓에서 활약하는 한국 기업이 없어 롤모델도 없던 상황. 하지만 난 리스크를 감수했고 이것은 내가 했던 사업 판단 중 거의 최고의 선택이 됐다.

국위 선양은 둘째치고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싶다. 벌써 진출한 지 몇 년 됐는데 우리가 운이 좋은 건지 블랙컨슈머가 놀라울 만큼 없다. 물론 상호 평판을 평가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주요하긴 했지만, 확실히 손님이 왕이란 식의 안하무인은 없는 편이다.

기업은 사회악이 아니다. 많은 세수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기업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과도 같은데 반기업 정서가 대중에게 너무 강하게 퍼져 있지 않나 싶다. 기업 탓은 쉽게 하면서 본인이 직접 좋은 기업 만들 생각은 안 한다. 그만큼 창업 환경이 열악하니까.

반기업 정서는 정말로 좋지 않다. 대다수 기업가는 그렇게 탐욕스럽거나 사악하지 않다. 기업의 잘못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국민과 대립 구도로 몰아넣는 게 얼마나 우리 사회를 좀먹는 행위인지 대중의 재인식이 필요하다. 난 이미 국내 시장을 떠났다. 이건 내 사익과 무관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