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국내 시장에 환멸을 느껴 글로벌 진출을 선언했을 땐 주위에서 무모하다고 난리였다. 알아보니 우리 쪽 분야에선 딱히 글로벌 마켓에서 활약하는 한국 팀이 없어 롤모델도 없던 상황. 하지만 난 리스크를 감수했고 지금은 내가 했던 사업 판단 중 거의 최고의 선택이 됐다.

외화를 벌어 국위 선양하는 건 둘째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장사를 하니 외국인들이 기업을 대하는 태도가 이렇게도 다를 수 있나 싶다. 벌써 진출한 지 몇 년 됐는데 우리가 운이 좋은 건지 블랙컨슈머가 놀라울 만큼 없다. 물론 상호 평판을 평가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주요하긴 했지만, 확실히 손님이 왕이란 식의 안하무인은 없는 편이다.

오히려 국내에 팽배한 반기업 정서와 다른 친기업 정서의 힘을 느낀다. 놀랍게도 고객들이 우리 팀의 팬을 자처한다. 심지어 원래 정해진 상품 값보다 웃돈을 주기 일쑤다. 처음엔 실수로 더 준 줄 알고 차액을 돌려주려고 했더니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에 더 넣은 거라고 한다. 고객들의 이런 태도가 너무 낯설어 원래 이런 분위기인지 따로 조사했을 정도.

기업은 사회악이 아니다. 많은 세수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게 기업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근본과도 같은데 참여 연대와 민주 노총 관점의 반기업 좌파 감수성이 우리 사회의 기저에 너무 강하게 퍼져 있지 않나 싶다. 다들 기업 탓은 하면서 본인들이 직접 좋은 기업을 만들 생각은 안 한다. 그만큼 창업 환경이 열악하니까.

반기업 정서는 정말로 좋지 않다. 대다수 기업가는 그렇게 탐욕스럽거나 사악하지 않다. ‘똑바로 서라 핫산류’의 사장이 얼마나 있겠나? 기업들의 잘못을 지나치게 부풀리고 국민과 대립 구도로 몰아넣는 게 얼마나 우리 사회를 좀먹는 행위인지 재인식이 필요하다. 물론 이런 말을 사업주가 한다고 뭐라 하겠지만, 난 이미 국내 시장을 떠났다. 이건 내 사익과 무관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