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작은 차이가 전체를 바꿀 수 있는 이유
바나나맛 우유엔 바나나 농축 과즙이 1%밖에 없다. 하지만 그 1%가 전체를 규정한다. 인간과 침팬지의 DNA 차이는 단 1.6%에 불과하지만, 종 자체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어떤 것의 비중으로 전체를 설명하려고만 하면 놓치게 되는 게 많다. 우리는 아주 사소한 차이로 차별한다. 100m를 뛰는데 고작 0.1초 빨리 들어오는 게 무슨 중요한 일인가?
하지만 0.1초 빨리 들어온 선수는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아주 조금 더 느리게 들어온 선수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혜택을 받는다. 누구도 이것을 잘못됐다거나 이상하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합리적이라고 평가한다. 소량의 농축 과즙은 일반 우유를 바나나 맛이 나게 만들고 인간과 침팬지의 작은 DNA 차이는 문명 탄생의 차이를 만들었다.
특성을 나눌 만큼 결정적 속성은 비중으로 평가할 수 없다. 사소한 차이로 보여도 전체를 좌우하는 속성을 가진 건 그 자체로 전부를 평가해야 한다. 소량의 독을 넣은 요리는 요리가 아니라 독극물이다. 특성을 결정하는 건 비중이 아니라 핵심 속성이다. 바나나맛 우유에서 중요한 건 소량의 농축 과즙이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우유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