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분하단 인식은 아직 충분하지 않을 때 드는 생각이다. 애초에 정말 넘친다면 그걸 인지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공기의 존재를 무시하고 살듯 무한대에 가깝게 공급되는 건 존재조차 알기 어렵다.

어떤 것의 가치와 그 소중함이 꼭 비례하는 건 아니다. 상황이 달라져야 깨달을 수 있는 게 많다. 인간관계가 대표적이다. 소중한 사람들의 존재는 너무 가까워 그 가치가 평소 무시되곤 한다. 그러다 빈자리를 확인할 때쯤 후회하는 일을 반복한다.

어머니는 종종 날 보고 무인도에서 살아도 잘 살 놈이라고 농담하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다. 혼자서 몰두하는 시간이 많은 건 더 높은 성과를 위해서고, 성공을 원하는 건 주위 사람들에게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내 노력은 큰 의미 없다.

바꿔서 생각하면 사랑하는 이가 없는 성공은 이뤄도 허무해지기 쉽다. 어떤 연예인처럼 그 어떤 사람도 필요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관계에 의미를 둔다는 거다. 진짜 필요 없는 사람은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정말 충분하다면 결핍을 인지조차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