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돈은 진정한 동기가 될 수 없다고 한다. 돈은 부차적이고 왠지 더 가치 있는 뭔가를 추구해야 자아 성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난 돈이야말로 가장 좋은 동기이고 궁극적인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꾸 이게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싸구려 취급받으면서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고 인생을 착취당하는 거다.

고용주로서 싸게 일 시킬 수 있는 수많은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돈 주지 않고 적당히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지독하게 챙겨 준다. 프리랜서들 상대론 사적인 통화 시간까지 일하는 시간으로 계산해 줄 정도다. 그러면서 확실히 일러둔다. 절대 어떤 시간도 공짜로 일하지 말라고. 고용주이면서 왜 이런 원칙을 세웠을까?

돈 이외에 다른 가치로 설득하는 게 착취의 세련된 방법이라 느껴서다. 적당한 말로 포장해서 부려먹는 건 어렵지 않다. 상대가 날 신뢰한다면 거저 시킬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너무 위선적으로 느껴졌다.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엔 쉽게 가치 두지 않기로 했다. 어떤 게 정말 가치가 있다면 마땅히 가격도 그만큼 돼야 한다.

수많은 프리랜서가 착취당하는 삶을 살지만, 얼마나 받고 일해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일한다. 그 일을 정말 사랑한다면 오히려 돈 자체가 동기가 돼야 한다. 좋은 엔진도 연료가 떨어지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다. 주인으로서 연료를 제대로 채우는 의무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돈은 꾸준함을 유지하는 중요한 연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