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언제 죽는지 안다면 나는 이러고 살고 있을까? 그게 100살 정도 된다면 이렇게 살겠지만, 1년밖에 남지 않았다면 이럴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니 영원히 살 것처럼 산다. 늘 더 좋은 기회와 시간이 있을 거라 믿으며.

기흉으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실이 부족해 흉부외과가 아니라 신경외과 병동에 들어갔다. 신경외과에 입원한다는 건 중환자란 뜻이다. 뇌를 다쳐서 오는 거니까. 내 맞은편 베드엔 식물인간 상태의 어르신이 있었다. 새벽에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사고 났다고.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보지 않고도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나 눈앞에 닥친 문제가 아니면 늘 미루기만 한다. 언젠가 할 수 있다고 믿지만, 그 ‘언젠가’가 과연 올진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는데.

버킷리스트를 살펴보는데 단 며칠이면 해낼 수 있는 목록이 꽤 눈에 띈다. 고작 며칠이면 할 수 있는 것인데 내 버킷리스트에선 지난 몇 년간 지워지지 않았다. 난 정말 이걸 하고 싶은 걸까? 그냥 하고 싶다고 믿는 건 아니고?

자기 욕망에 솔직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마음만큼 몸이 따라주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엔 용기가 부족하거나 현실의 벽이 높아 도전 못 했던 거라 믿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절박하지 않았던 거다. 그렇게 절실히 원했던 게 아니었던 거다.

그런 걸 버킷리스트에 올려놓고 환상을 좀먹으며 살았다. 항상 더 좋은 기회를 꿈꾸며. 바로 할 수 있는 걸 바로 하지 않는다면, 그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진짜 솔직한 마음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에 있으니까. 그건 말이 아니라 삶이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