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완벽한 것 말고 더 나은 걸 골라라
부자는 세금을 적게 낼까? 아니다. 정말 많이 낸다. 세수 대부분 법인과 부자가 부담한다. 근로소득자 절반은 사실상 소득세가 없다. 우리나라에선 소득세만 제대로 내도 자기 몫은 하는 거다. OECD 국가끼리만 비교해도 우리나라 기업과 부자가 부담하는 각종 세금이 적지 않은 걸 알 수 있다. 돈 벌어본 적 없는 이들만 고소득자 세율이 낮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명백한 사실조차 인정하기 싫은 건 감정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는 기득권을 활용해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존재이니 어떤 식으로든 정의의 심판을 하긴 해야겠는데 생각보다 그리 잘못한 게 없는 거다. 이놈들 뭔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부를 쌓은 게 분명한데 털어도 죄가 제대로 안 나오니 왠지 로비해서 빠져나가는 것만 같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그동안 나쁜 짓을 그렇게 많이 했을까? 완벽한 건 아니지만, 대기업 상당수가 꽤 깐깐한 수준의 윤리 경영을 하고 있다. 비슷한 규모의 외국 기업이 보여준 도덕적 해이에 비하면 오히려 우리나라 대기업은 양반이다. 이렇게 점잖게 경영하면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은 게 대견할 정도다. 대기업이 악하다는 건 근거 없는 착각이다.
옳기만 한 건 옳은 게 아니다. 세상에 수많은 문제가 51:49 싸움을 하고 있다. 더 나은 선택을 위한 고민이 중요한 것이지 완벽한 걸 고르는 게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 어떤 기업이 부족한 게 있다면 보완하고 개선하면 된다. 완벽한 건 없다. 뭐든 고쳐 쓸 생각을 해야지 잘못했다고 괴롭힐 게 아니다. 정서 과잉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