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트 자세론 홈런을 칠 수 없다. 회사 막내가 나처럼 살고 싶다길래 내가 물었다. 내가 되고 싶으면 창업해야지, 왜 내 밑에 있냐고. 이번 달을 끝으로 해고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니 자기는 아직 완벽한 준비가 안 됐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에 완벽한 준비라는 게 있나?

내가 한 번 망하고 다시 창업했을 때, 통장에 몇십만 원도 없었다. 사무실 보증금 내고 컴퓨터 한 대 사니 월세 낼 돈도 안 남았다. 첫 달 월세는 그사이에 벌어서 냈다. 이 얘기를 나중에 동료들한테 했더니 아무도 안 믿는다. 그래서 계좌를 보여줬더니 다들 내가 진짜 미쳤다고 한다.

내가 좀 미친놈에 가까운 건 맞지만, 난 인생을 비굴하게 만드는 건 돈이 아니라 용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디서 뭘 하든 항상 당당했다.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아무 망설임 없이 들이박았다. 하도 그러니까 저놈은 너무 강한 놈이니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바뀌긴 했다.

중요 클라이언트도 개 짓거리하면 그냥 조졌다. 당연히 매출에 영향 있다. 망할 수도 있고. 그래도 비굴하게 살 바엔 죽는 게 낫다는 결기를 가지고 산다. 누군가에겐 사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하지만, 난 언제 죽어도 후회 없이 사는 게 더 중요하다.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을 포기한 적도 있다. 다른 분야에 진출하고 싶은데 그것이 발목을 잡아 도전을 방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 보통 그런 상황에 전체를 포기하는 결단을 내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난 원래 리스크 테이킹 성향이 매우 높아서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휘두른다. 던져놓고 달리는 타입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잘 풀렸다. 지금은 그때 그걸 안 버렸으면 망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물론 이것도 운이라면 운이다. 사업이든 뭐든 인생은 운이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휘두르지 않으면 럭키 홈런도 없다. 시도는 운이 아니라 용기고.

뭔가를 다 준비해서 하려고 하면 평생 할 수 없다. 그런 타이밍은 오지 않는다. 애초에 완벽할 수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지 않나. 시장을 예측할 수 없듯 인생도 알 수 없다. 어디로 튀어 나가든 거기에 맞는 대응 전략이 중요할 뿐이다. 어떻게 할지 계획이 섰다면 과감해야 한다. 평생 방망이 한 번 제대로 못 휘두르고 늙어간 어른들을 무수히 봤다. 전혀 닮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