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승리라 할 수도 있지만, 난 어떤 경험도 시간 낭비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다 상처받는 것도 감정 소모가 아니라 경험이고 인생 그 자체다. 어떤 걸 하는데 너무 비용 측면에서만 따지면 뭐든 소극적이게 된다. 이 사람과 만나다 헤어지면 어쩌지? 괜히 오래 볼 사이도 아닌데 친하게 지낼 필요 있을까? 잠깐 하고 말 건데 적당히 할까? 모든 일에 이런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지만 뭐든 일단 경험해 보고 판단하겠단 태도를 가지면 인생의 스펙트럼이 확 넓어진다. 남의 말만 듣고 안 하고 피하기보단 직접 경험해 본 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거기서 뭘 잃든 그 경험 자체에서 얻는 지혜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거다. 그러면 경제적으로 다소 손해 볼 순 있어도 적어도 가만있는 것보단 더 많은 걸 보고 느낄 수 있다.

좋은 책을 알아보려면 나쁜 책도 읽어봐야 한다. 맛있는 게 뭔지 알려면 맛없는 것도 먹어 봐야 하고. 일상의 소중함에 감사하려면 불행은 언제든 닥칠 수 있는 것이라는 걸 늘 인지해야 한다. 꼭 다 경험하진 않더라도 내가 마주 보고 있는 세상 너머에 내가 모르는 세상이 훨씬 많다는 걸 항상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자세로 살면 나쁜 건 경험이고 좋은 건 행복이다. 고통은 더 나은 삶을 위한 밑거름이고 고통을 극복하는 건 자신을 더 강하게 만드는 도전인 셈이다. 이런 걸 정신승리라 비꼴 수 있지만, 패배주의에 찌들어 사는 삶보단 그래도 정신이라도 이기는 삶이 더 낫다. 갈까 말까 싶은 곳은 무작정 가 보고, 할까 말까 망설이던 것은 그냥 한번 해 보고. 기회비용 타령하지 말고 뭐든 경험을 통해 받아들이겠다는 사고의 전환이 있다면 하루하루가 새로운 삶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