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그냥 해 보세요.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진로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 늘 하는 답변이다.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왜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20대 시절에 그 누구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았다. 직업 영역만 그런 건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았다.

온갖 경험 끝에 깨달은 건 어떤 걸 좋아해도 그 감정이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거다. 뭔가를 반복하는데 늘 설렐 순 없다. 항상 좋아하고 안 질리며 즐길 수 있는 건 없다. 어떤 것도 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어느 시점을 지나면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해야 해서 하거나 하던 것이라서 해야 하는 때가 온다.

일을 꾸준히 하려면 돈을 제대로 벌어야 한다. 돈만큼 시장에서 내 가치를 정확히 평가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돈은 뭘 좋아해 버는 게 아니라 잘해서 버는 거다. 보통 좋아하면 잘하기 마련이지만, 꼭 좋아하지 않아도 잘하면 잘 벌 수 있다. 어떤 걸 잘하려면 오래 해야 하는데 그것에 제일 필요한 연료가 돈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걸 구분할 필요 없듯 직업도 꼭 좋아하는 일만 고집할 필요 없다. 그게 뭐든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때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자신만의 이유를 찾지 못하면 포기하게 된다. 매너리즘이 왔을 때 관계를 유지하는 힘은 돈에 있고 그것은 좋아하는 감정과 관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