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면 그냥 해 보세요. 근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진로 관련 질문이 들어오면 늘 하는 답변이다. 이렇게 말하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왜 중요하지 않냐고 반문한다. 엄밀히 말하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말하는지 맥락을 알면 함의를 이해할 수 있다.

사실 난 20대 시절에 누구보다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았던 사람이다. 그게 꼭 직업 영역만 그런 건 아니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내 마음대로 하고 살았다. 재즈 피아노에 미쳤던 시절엔 온종일 피아노만 치기도 했다.

그렇게 온갖 경험 끝에 깨달은 건 어떤 걸 좋아해도 그 감정이 그리 오래가는 게 아니란 현실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쉽게 싫증 내거나 근성 없는 타입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정반대다. 난 꾸준함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게 성실한 타입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 안 질리는 성향이어도 뭔가를 반복하는데 늘 설렐 수 없다. 항상 좋아하고 안 질리며 즐길 수 있는 건 사실상 없다. 어떤 것도 이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어느 시점을 지나면 그걸 꼭 좋아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저 해야 하니까, 하던 것이라서 해야 하는 때가 온다.

연애도 그렇지 않나.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이라도 평생 두근거릴 순 없는 일 아닌가. 좋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설렘과 끌림으로 평생 어떤 일을 지탱할 수 없다. 그래서 프로로서 일을 꾸준히 하려면 돈을 제대로 벌어야 한다. 돈만큼 시장에서 내 존재감을 확인하고 가치를 평가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돈은 뭘 좋아해 버는 게 아니라 잘해서 버는 거다. 보통 좋아하면 잘하기 마련이지만, 꼭 좋아하지 않아도 잘하면 잘 벌 수 있다. 어떤 걸 잘하려면 오래 하고 많이 해야 하는데 거기에 제일 필요한 연료가 돈이다. 매너리즘과 온갖 스트레스 속에서도 직장을 다닐 수 있게 하는 건 월급의 힘이다.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걸 구분할 필요 없듯 직업도 꼭 좋아하는 것만 고집할 필요 없다. 그게 뭐든 반드시 좋아하는 감정이 사라지는 순간이 온다. 그 시기가 왔을 때,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하면 포기하게 된다. 그러니까 그 정도 계산은 하고 직업을 골라야 한다. 권태기가 왔을 때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지. 그게 돈이라고 하면 너무 속물적인가. 하지만 이게 본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