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도 다 같은 영웅이 아니다. 우리나라엔 조선식 영웅이 있다. 일테면 조선식 영웅의 필수 조건은 자기희생이다. 지독하리만큼 처절하게 자기희생을 해야 영웅의 자격을 갖춘다. 그가 어떤 대단할 걸 했던 자기희생 없이 많은 보상을 바라면 자본주의의 노예일 뿐이다.

이국종 교수 연봉이 수십억쯤 된다고 하면 대중의 지지와 반응이 지금과 다를 거라 확신한다. 오히려 하는 일에 비해 너무 많이 받는 것 아니냐며 비난할 사람도 많다. 이순신 장군이 진짜 영웅으로 남을 수 있는 건 마지막 전투에서 죽었기 때문이란 말은 농담이 아니다.

기업인에게 유독 평가가 인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성공한 기업가는 돈을 많이 벌었으니까 그가 어떤 대단한 일을 했건 그만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 사회 기반을 다진 기업가가 오지에서 봉사하다 돌아가신 분을 평판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

왜 이국종 교수가 개인의 삶을 포기하며 일하는 상황이 생긴 걸까? 그의 희생을 존경한다면 그가 왜 그렇게 살아야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개인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시스템은 그 자체로 문제다. 모두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이 영웅이 필요한 세상보다 백배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