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사람은 솔직한 게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 자체가 솔직하지 않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선택적 솔직함’만 좋아한달까.

가령 내게 호감 있는 거래처 여직원은 솔직한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녀에게 “난 널 볼 때마다 자고 싶어. 너랑 자는 것만 생각하면 애가 69명이야.” 이렇게 말하면 불쾌함을 피할 수 없다. 고소감이다.

이것이 이상한 건 아니다. 인간은 원래 생물학적으로 보고 싶은 것만 보게 진화했다. 안구에 수많은 실핏줄이 보이지 않는 건 그게 없어서가 아니라 뇌가 저절로 그걸 인식하지 않게 제거해서다. 그게 보이면 노이즈 때문에 살 수 없다.

솔직한 정도를 잘 조절하는 것, 솔직해 보일 수 있게 톤앤매너를 고려하는 것. 이게 솔직한 매력의 요체다. 솔직한 게 좋다고 진짜로 여과 없이 말해선 안 된다. 상대가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솔직함만 보여야 한다.

원래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 진짜 밑바닥을 드러내선 안 된다. 이걸 무시하고 사람 가리지 않고 밑도 끝도 없이 솔직하면 대부분 무례하고 불편한 사람이 될 뿐이다. 솔직함을 연기하란 게 아니다. 솔직할 수 있는 부분까지만 보이란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