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선과 악이 공존한다. 그 비율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뿐 절대 선이거나 악마 그 자체인 인간은 없다. 흉악 범죄자도 개인으로 만나 계속 보다 보면 연민의 지점이 생긴다. 만약 그가 죄를 저지르기 전에 내 친구였다면 그가 어떤 악마였어도 나는 심란했을 거다.

사람이 이렇게 복잡한 존재인데도 뭐든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답을 정해놓고 논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가도 어떤 면에선 참 부럽다. 세상 편하게 살아서. 자기 생각과 다르면 나쁜 놈, 나랑 결이 맞으면 좋은 놈 하면 얼마나 쉽나. 뭐든 단순한 기준이 있는 게 나쁜 건 아니다. 효율적이고 편하다.

하지만 사안을 그렇게 단순히 다뤄선 안 되는 직업과 위치도 있다. 판사는 존경받지만, 욕도 많이 먹는 직업이다. 우리가 봤을 때 왜 저따위 판결이 나올까 싶은 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합리적이고 반드시 그럴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대중이 그걸 다 알아야 할 의무도 없고 뭘 모르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최소한의 의심을 해 보는 습관 정도는 어릴 때부터 교육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난 내 상식과 어긋나는 걸 보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둔다. 특히 대중의 판단과 크게 다를수록 더 판단을 유보한다. 내가 모르는 중요한 정보가 있거나 큰 오해를 하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아서.

그래서 인터넷에 신문고처럼 올라오는 글은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 메이저 언론에서 양측 사안 다 조사해 팩트 체크하기 전까진. 세상은 복잡계다. 원인과 결과가 명확한 일은 별로 없다. 히트한 어떤 걸 분석하는 건 쉽지만, 그 공식을 적용해 다시 히트시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 생각과 다른 걸 대할 때, 섣불리 비난하거나 함부로 평가하기 전에 시간을 두고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보는 습관을 기르는 것. 아이들 교육에 꼭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른한테도. 많은 사람이 너무 쉽게 왈가왈부한다. 당하는 사람은 목숨이 걸린 일일 수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