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현명하게 사과하는 방법
사과엔 조건문이 없어야 한다. ‘만약 이러하다면 죄송하다.’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유감이다.’ 이런 식의 표현을 쓰지 말아야 한다. 잘못한 건 그냥 잘못한 거다. 사과했다면 책임과 보상을 해야 한다. 책임은 자기 잘못 만큼의 벌을 받는 것이고 보상은 재발 방지의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형식과 형태는 자유지만,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
사과엔 사족이 없어야 한다. 상황상 해명이 필요하다 할지라도 사과할 땐 빼야 한다. 사과에 붙는 모든 부연 설명은 변명일 뿐이다. 콘텐츠가 빈약한 이들은 사과를 똑바로 못한다. 사과하면 자신의 모든 게 부정당하고 무시당할 것 같아서. 하지만 확실한 사과야말로 강한 책임감과 자신감을 보여주는 용기 있는 결단이다. 자존감이 높아야 가능한 행동이다.
사과하는 태도만 봐도 그 사람의 수준이 보인다. 바보는 사과를 똑바로 못 한다. 자기 객관화가 부족해 어느 지점에서 상대가 화났는지 상황 파악을 못 한다. 잘 모르겠다면 일단 무조건 숙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가타부타 따지지 말고 잘못부터 인정하는 태도야말로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는 현명한 대처다. 하지만 바보는 사과할 때조차 남 탓하기 바쁘다.